전자폐기물에서 22캐럿 금 덩어리를 추출하는 발명…스위스 연구진의 '치즈 단백질 스펀지' 혁신

 전자폐기물

전자기기의 회로 속 얇은 금 선은 우리의 일상 대화에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매일의 클릭과 스와이프 뒤에는 이 금속이 존재한다. 부식에 강하고 전자 이동이 원활한 금은 스마트폰 잭, 스마트워치 칩 등 다양한 부품에 사용된다. 하지만 채굴은 산을 폭파하고 강을 말리며 대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전자제품 사용이 계속 늘면서 전 세계는 폐기된 전자기기라는 새로운 '광산'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유엔은 전자폐기물이 연간 약 6300만 톤 발생하며, 그중 소수만이 인증된 시설에서 재활용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폐기물은 매립지나 비공식 워크숍으로 흘러들어가 금속이 지하수로 스며들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ETH 취리히의 라파엘레 메첸가 교수팀은 독성 화학물질 대신 치즈 공장에서 버려지는 '유청'에 주목했다. 유청에 있는 단백질은 산성에서 가열하면 나노섬유로 변하는데, 이를 응고시켜 마치 스티로폼처럼 가볍고 다공성인 '에어로겔 스펀지'를 만들어냈다.

이 스펀지는 전자기기 회로를 용해한 용액 속에서 금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흡착한다. 실험 결과, 기존의 플라스틱 수지보다 더 많은 금을 회수할 수 있었으며, 유해 용매를 쓰지 않고 물과 열, 단백질의 자연적 화학작용만으로 금을 추출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스펀지를 가열해 금 이온을 고체 금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덩어리는 약 450밀리그램 무게이며 91퍼센트가 금, 9퍼센트가 구리로 22캐럿 기준에 부합한다. 또한 단백질 스펀지는 연소 후 잔여물 없이 사라져, 기존 수지 방식보다 정리도 간편하다.

스위스 연구진은 폐전자제품에서 고부가가치 금속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이 기술이 폐기물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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