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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
중국의 장기계약·러시아 제재 여파 속 서방의 핵연료 전략 전환 시급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격히 위축되었던 세계 원자력 산업이 최근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더딘 진전, 급증하는 전력 수요가 맞물리면서 원자력이 다시 ‘탈탄소 전력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월드 뉴클리어 어소시에이션(WNA)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을 세 배로 확대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메타·구글·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술기업도 원자력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전 확대 움직임에 우라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제재, 그리고 중국이 주요 공급망을 장악한 현실이 서방의 핵연료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공급망과 급등하는 우라늄 가격
현재 세계 우라늄 공급의 38.1%를 차지하는 카자흐스탄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우라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지정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중국은 전 세계 원자로 건설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4년 4월 기준 총 61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인데 그중 28기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운송 경로 역시 문제다. 카자흐스탄에서 서방으로 우라늄을 운송하려면 러시아를 경유해야 하는데, 제재로 인해 대체 경로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이로 인해 2024년 초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94까지 급등했다가 최근에는 $76.7 수준으로 다소 안정됐다. 이는 2019년의 $25 수준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Critical One Energy의 CEO 듀에인 파넘은 “향후 우라늄 가격은 $300~400/lb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와 호주의 광산 재가동 및 탐사 확대
우라늄 가격 상승은 미국, 캐나다, 호주의 주요 우라늄 광산 재가동과 신규 투자로 이어졌다. 캐나다 Cameco의 McArthur River와 Key Lake 프로젝트는 저가 시장 환경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으며, Paladin Energy는 2024년 12월 캐나다 Fission Uranium을 11억4천만 캐나다달러(약 8억2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OECD와 IAEA가 공동 발간한 ‘2024 우라늄 보고서(Red Book)’에 따르면, 우라늄 탐사와 개발에 대한 연간 투자액은 2020년 3억8000만 달러에서 2022년 8억 달러로 반등했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호주, 카자흐스탄, 나미비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신규 광산이 개발 중이다.
장기적인 공급 확보 위해 투자 필수
문제는 이러한 신규 프로젝트가 상업 생산에 이르기까지 평균 16.5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IAEA는 단기 수요는 예측 가능하지만 장기 공급원은 불확실하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우라늄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국 우라늄 탐사 확대와 함께 생산 규제 완화를 위한 행정 명령도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27억 달러를 투자해 우라늄 농축 인프라를 확충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규제 간소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장려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약 1%만 보유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
호주는 610만 톤으로 세계 최대의 회수 가능한 우라늄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Four Mile 광산의 2029년 폐쇄 계획으로 향후 생산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서호주에서는 광산 개발 제한 해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의지와 장기 전략이 관건”
우라늄 산업 종사자들은 투자 부족과 규제 장벽을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다. 투자 회수가 너무 오래 걸려 기업들이 진입을 꺼리고 있으며, 초기 탐사부터 생산까지 수십 년이 소요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 완화와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PRISM 전략정보의 브린 윈저는 “서방이 비지정학적 지역에서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10년 이상 지속 가능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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